지난해 이맘때쯤부터 떠들썩해진 루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폰 7에서 3.5파이 이어폰 단자가 없어진다는 루머입니다. 솔직히 저도 많고 많은 헛소리 루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루머는 매 아이폰마다 등장하던 루머였고 이번 루머도 그런 루머들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폰 7이 발표되는 날, 정말로 아이폰 7에는 언제나 아래 있어야 할 구멍 하나가 없어진 채로 발표되었습니다. 아이폰 3부터 아이폰 6s까지 이어져 오던 3.5파이 단자는 9년 차 아이폰인 아이폰 7에서 과감히 사라졌습니다.

애플은 3.5파이 이어폰 잭을 제거한 이유로 제일 먼저 하드웨어적인 이유를 들었습니다.

“두 기기의 상단에는 “driver ledge”라는 작은 인쇄회로 기판이 있는데 그 드라이버들은 아이폰의 디스플레이와 백라이트를 제어합니다. 애플은 배터리 용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것들을 상단에 위치시켰다. 하지만 아이폰 7의 카메라가 커지는 바람에 driver ledge를 야간 아래로 이동시켰다. 근데 다른 기기들과의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히 이어폰 잭과” – Buzzfeed

이 이어폰 잭을 제거하자 탭틱 엔진의 설치가 더 쉬워졌으며 배터리 크기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물론 구멍을 하나 제거함으로써 방수 성능에도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었죠. 그리고 이제 수십 년 된 3.5파이 이어폰 잭이 없어질 시대가 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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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이어폰은 올바른 해답이었나?

애플 말고 이어폰 잭 제거를 진행하는 기업이 하나 또 있습니다. 바로 인텔입니다. 인텔은 USB Type-C로 작동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보급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USB Type-C 이어폰이 라이트닝 이어폰과 다른 점은 USB Type-C는 아날로그 출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mp3 파일을 소리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mp3″라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이폰은 물론이고 3.5파이 이어폰 잭이 달린 스마트폰은 모두 내부에 디지털 신호를 변환하는 “DAC”라는 부품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어폰 잭이 없더라도 내부에 DAC는 장착되어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DAC는 필수이니깐요. 다만 요즘엔 대부분 AP 내부에 DAC가 들어가 있습니다.

USB Type-C는 아날로그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처럼 스마트폰 내부에 있는 DAC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고 이어폰은 그 변환된 신호를 재생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라이트닝 이어폰은 다릅니다. 오직 디지털 출력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을 이어폰에서 해야 합니다.

디지털 출력의 장점으로는 스마트폰 설계가 개판이라도 꽂는 이어폰만 좋으면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출력 방식에서 스마트폰은 mp3 파일을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회사들 입장에서는 외부로 노출되는 부품이 하나 사라졌으니 스마트폰 개발이 한층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의 이어폰이라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애플은 아이팟을 만들던 기술력을 아이폰에도 적용해 아이폰도 웬만한 고음질 플레이어 못지않은 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그 부분을 음향 회사에 떠 넘겼습니다. 라이트닝 포트에서 들어오는 디지털 신호를 변환하는 일이 이제 이어폰 회사에 넘어온 이상 아이폰의”음향”에서 애플이 더 이상 개입할 부분은 없습니다.

usb type-c earphones
usb type-c earphones

소니, 젠하이저 같은 대기업들은 플레이어에 대한 충분한 기술이 있고, 소니는 S-Master HX라는 독자 개발 디지털 앰프를 가지고 있을 만큼 기술력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수 인원으로 이어폰을 만들어오던 대부분의 음향 회사들에게 갑자기 변환작업을 떠넘겨 버리면 그 품질은 어느 누구도 보장하지 못할 겁니다.

게다가 “라이트닝”은 애플만의 규격입니다. 세계 표준에 아날로그 출력까지 지원하는 USB Type-C는 비교적 차세대 이어폰 규격으로 자리 잡을지도 몰라도 오직 애플만을 위해 “라이트닝 이어폰”을 개발할 회사가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라이트닝 이어폰은 애플 제품인 맥북에서도 쓰지 못하는, 오직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이유가 두 기기가 다른 포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과 인텔은 이 두 포트를 통합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2개의 포트가 달린 게 아닌 이상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할 순 없습니다. 흉측한 변환 어댑터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하지만 이게 어지간히 불편한 게 아닙니다. 단거리라면 모르겠는데 장거리 이동하면서 충전하면서 게임,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건 강제로 스마트폰을 빼앗긴 기분이 듭니다. 저는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데 항상 기차 안에서 배터리 충전이냐, 음악을 들을 것인가 선택을 강요당했습니다.

애플과 인텔은 미래의 이어폰 규격이 디지털 출력, 혹은 USB Type-C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느 쪽으로 가도 소비자들에게 편한 방향은 없습니다. 유선 이어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디지털 출력이나 새로운 규격의 포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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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로 나아가는 유선 이어폰

우선 라이트닝 이어폰이나 USB Type-C 이어폰에 대해 음향 대기업들이 거의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서 이게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것은 아실 겁니다. 그럼 유선 이어폰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걸까요? 바로 고음질입니다.

인텔과 애플은 고음질에서도 디지털 방식의 출력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작은 공간에 탑재되어 있는 DAC나 디지털앰프가 스마트폰이나 전용 플레이어에 탑재되는 고음질 솔루션보다 좋은 소리를 내어준다고 생각할순 없습니다.

소니가 IFA 2016에서 공개한 제품 중에서 바로 그 해답이 있는데, 음향 강국인 일본에서 추진 중인 규격인 4.4파이 밸런스드 케이블이다. 특히 일본에서 추진 중인 4.4파이 밸런스드 케이블은 2개의 상반된 신호를 이용해 노이즈를 극적으로 줄이는 기술인데 이 규격이야말로 고음질과 어느 정도의 휴대성을 조합시킨 최적의 규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서만 남을 것이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유선 음향기기에 남은 것은 고음질과 빠른 응답속도뿐입니다.

새로운 규격이 도입될 때 고려되어야 하는 게 바로 호환성입니다. 하지만 라이트닝과 USB Type-C는 그러한 호환성을 모두 무시했습니다. 지금 출시되어 있는 메이저 음향기기 그 어떠한 것도 위 두 규격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두 규격이 지금까지의 호환성을 무시하고 새롭게 시작할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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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 갑, 무선 이어폰

기술은 언제나 보다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음향에서 편리함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무선입니다. 다만 무선 음향 기술에 주로 사용되는 블루투스는 아직 여러 문제를 껴안고 있는데, 같은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기가 많아질수록 연결의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것, 유선에 비해 음질이 열화 된다는 것입니다.

주파수 혼선에 의한 연결 불안정성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블루투스 규격의 발전에 의한 것도 있지만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현재 소니의 플래그십 블루투스 헤드폰(MDR-1000X)을 사용하고 있지만, 끈 김 현상을 거의 체감하지 못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각사의 기술력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라 다른 저가형 브랜드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일수도 있긴 합니다만 평균적으로 계속 개선되어 가는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음질 열화가 큰 문제인데, 마니아를 제외한 대중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닙니다. 이미 애플은 자체 코덱으로 유선에 맞먹을 정도의 고음질을 제공하고 있고, 안드로이드에서도 apt-X HD 등의 새로운 규격으로 유선에 가까워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향에서 대중은 고음질보다 편리함을 우선시 해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mp3 파일이 있는데, mp3는 CD보다 음질이 낮았지만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CD를 압도하고 음악시장의 거의 전부가 됐습니다

두짝이 완전히 분리되는 애플의 에어 팟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가격과 배터리 문제만 해결되면 가장 인기 있을 최종적인 블루투스 이어폰의 형태가 에어팟이라 생각됩니다. 넥밴드형 이어폰처럼 목에 무엇인가를 걸칠 필요도 없고 본체에서 이어져 있는 선의 제약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진정한 무선 이어폰이란 에어팟을 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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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블루투스 시대를 바란다

이런 것을 비교해보면 “라이트닝 이어폰”은 당장 3.5파이 구멍이 없는 아이폰 7을 위한 임시 대책이었지 애플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바로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라이트닝을 밀기에는 아무런 장점, 음향회사가 매력적으로 볼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에어팟이 아니라도 사용자들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 게 애플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하드웨어 설계의 자유와 단가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장이 블루투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소니 코리아에서 발표한 한국의 음향시장 조사 결과 보면, 금액 기준이긴 하지만 블루투스가 58%로 유선 이어폰보다 많은 부분은 차지했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은 점점 블루투스 제품 중심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지하철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무선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최근 아재의 대표 기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LG 톤플러스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금액기준”이기 때문에 이는 아직 블루투스 이어폰이 고가 제품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선 이어폰을 씁니다. 애초에 음향기기에 몇만 원 이상 투자하는 것 자체를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7로 인해 블루투스 이어폰은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 액세서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고 아마 애플의 영향력이라면 그 정도의 일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애플에게는 하나의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폰 7의 구매자들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할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에어팟이 아닐지라도 다른 블루투스 기기를 구입할 것이기에 이어폰 단자를 제거해도 괜찮다는 판단을 한 것이겠죠. 실제로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소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이폰7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시장의 반응을 보기 에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아이폰7에 의해 꽤 많은 소비자들이 블루투스 제품을 찾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이폰 점유율이 낮은 한국에서는 의미있는 변화를 찾긴 힘들겠지만 비교적 높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아이폰7 유저들의 선택을 볼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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