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소비자용 카메라를 만드는 기업은 전부 일본 기업입니다. 일본은 과거 독일 기업이 지배했던 시장을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이끌면서 독일 회사들을 물리치고 거의 대부분의 점유율을 뺐어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미러리스 시장에서 일본 기업에게 대항하던 삼성전자마저 사실상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카메라 시장 자체는 완전히 일본 기업들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카메라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미 저가형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더 비싼 카메라를 구입하거나,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사진을 취미로 가지는 사람이 늘어 카메라 시장 자체는 크게 줄어들진 않았지만 앞으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카메라 기업인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 펜탁스, 후지필름 등 모두 대기업의 느낌이 강한 기업들인데, 과연 ‘카메라’만 팔아서 이런 대기업이 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이 카메라로 일어선 기업들이지만 매출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명한 카메라 회사들이 무엇을 하며 먹고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Sony

소니가 단순히 카메라로만 먹고살진 않는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일 겁니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카메라보다는 다른 제품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소니는 카메라로 일어선 기업이 아닙니다. “Cyber-Shot” 이라는 콤팩트 카메라 브랜드가 유명하긴 했지만 소니가 DSLR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건 2006년 코니카 미놀타의 카메라 부분을 인수하면서 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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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2015년도 연결실적표에서 ‘카메라’를 다루는 사업부는 「イメージング・ブロダクツ&ソリューション(IP&S)」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미징 프로덕트&솔류션]입니다. 2015년 한해 매출은 7,112억 엔으로 한화 7조 7천억 원 정도 됩니다. 순이익도 9700억 정도로 이익률도 좋습니다.

소니 주요 사업부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12조 3500억 원), 게임&네트워크 서비스(17조원), 홈엔터테인먼트&사운드(12조 7000억원), 디바이스(10조 2500억원), 영화(10조 2700억원), 음악(6조 7600억원), 금융(11조 7500억원)에 비해서는 작은 사업부이긴 하나, 높은 이익률을 가진 이미징 프로덕트 사업부는 소니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시장이 축소된다 하여도 소니는 미러리스를 포함한 전체 렌즈 교환식 카메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미러리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이용해 매우 수익이 좋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번 쿠마모토 지진으로 인하여 A5100 신모델 출시 취소 루머나 A6300의 공급 지연 루머가 있긴 했지만 소니의 카메라 사업은 아직까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듯싶습니다.

소니 창립 70주년, 새로운 소니를 기대하다

 

2. Canon

필름 카메라 시절에만 해도 경쟁사인 니콘과 펜탁스에 눌려있던 캐논이지만 빠른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서 현재는 DSLR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에 몰락한 일본 가전업체들과 달리 캐논은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소니보다 높았습니다.

Canon Sales by business Unit
Canon Sales by business Unit

캐논의 작년 매출은 41조원(3조 8천억엔)으로 소니보다는 비즈니스 규모가 작습니다. 캐논의 주요 사업부는 영상장비인 이미징 시스템 사업부와 오피스 사업부가 있습니다. 이미징 시스템 사업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캐논의 DSLR이나 방송용 장비 등을 말합니다. 오피스 사업부는 캐논에서 56%를 차지하는 막강한 분야입니다. 유명한 캐논의 프린터, 복합기를 포함하여 제품용 프린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룹니다.

제조사업부에는 반도체 노광장비를 다루는 반도체 사업부와 디스플레이 사업, 캐논 토키 같은 자회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캐논의 장비 사업도 유명해서 캐논의 관리 시스템을 채용한 첨단 공장도 늘어나고 있고, 최신 반도체 노광장비인 NIS(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를 상용화 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게다가 캐논 토키는 OLED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진공증착기를 만드는 회사로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캐논 토키의 장비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논토키, OLED를 위한 진공증착장비 생산능력을 두배로

캐논은 성장의 한계를 맞은 카메라와 오피스 사업부의 부진한 실적을 메꾸기 위해 사업 확장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메디컬 사업으로, 얼마 전에 도시바의 메디컬 시스템 사업부를 6655억엔(7조 3천억원)에 인수하기도 하였습니다. 캐논이 다루고 있는 카메라와 복합기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자키고 있는 막강한 모습을 보면 미디컬 사업부도 상당히 강력한 경쟁력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Nikon

니콘은 “일본광학”이라는 이름으로 처음부터 광학회사로 출발한 회사입니다. 회사 역사가 상당히 긴데, 창립연도가 1917년입니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경쟁사들을 누르고 프레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캐논에게 한발 뒤처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계속 캐논의 뒤를 바짝 따라다니고 있는 게 니콘의 현실입니다.

Nikon Business Strategy

니콘은 캐논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기본적인 이미징 프로덕트 사업부와 반도체 스테퍼 등을 제조하는 정밀장비 사업부가 있습니다. 비교적 소규모로 운영되는 정밀 기구나 메디컬 사업부도 존재합니다. 한번 몰락했던 캐논의 스테퍼 사업과 달리 니콘은 세계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차세대 스테퍼인 EUV 개발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라면 1위인 ASML 과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지만요.

니콘은 캐논과 달리 신사업 확장에 그리 적극적이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니콘은 일본 거대 재벌 그룹인 미쓰비시 그룹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이미 수많은 분야에서 미쓰비시 계열사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니콘이 사업을 확장하기란 그리 쉽진 않으며 홀로서야 하는 캐논과 달리 니콘은 뒤에 미쓰비시가 있기 때문인지, 그리 다급하진 않은가 봅니다.

 

4. Olympus

현재 마이크로포서드 미러리스 일안 카메라로 유명한 올림푸스는 1919년 정밀기기 산업으로 설립되었으며 차후 카메라 사업으로 진출한 기업입니다. 올림푸스는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에도 메이저 회사는 아니었지만, 높은 광학기술력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동안 카메라를 만들어온 회사입니다.

OLYMPUS Business Segment

올림푸스의 주력사업은 메디컬 사업이며 올림푸스의 내시경은 세계 7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사업입니다. 올림푸스의 주력 사업이기도 하죠. 카메라가 올림푸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11%에 불과합니다. 아니 오히려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 메디컬과 과학장비에 비해 카메라는 만년 적자 덩어리입니다.

카메라 사업에 관해서는 올림푸스에서 이전에 공식적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자신들은 카메라 사업으로 돈 벌 생각이 없고 광학기술을 발전을 위해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푸스가 내시경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카메라에서 쌓은 광학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5. FUJI FILM

3대 필름 제조사였던 코닥, 아그파가 모두 파산한 지금까지 한해 27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바로 후지필름입니다. 코모리 시게타카 아래에서 망해가는 필름 산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재건을 시도한 결과 후지 필름은 의약, 화약, 메디컬, 사무용 기기 사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획득하며 재건에 성공하였습니다.

FUJIFILM Business Portfolio

후지필름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4%에 불과합니다. 이 4%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포함하여, 시네마 렌즈, 방송용 카메라등 후지의 모든 이미징 솔류션 제품을 포함한 수치이며 후지필름에서 카메라가 얼마나 작은 규모의 사업부인지 알 수 있습니다. 10%를 차지하고 있는 Photo Imaging은 후지의 인스턴트 카메라인 Instax의 매출이며 판매량이 무려 500백만 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후지필름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무용 기기입니다. 후지필름의 사무용 기기 사업은 일본에서 캐논, 리코 등과 비교되는 경쟁력 있는 사업이며 후지필름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후지필름의 헬스케어 산업, 화학제품, LCD 용 필름 등 필름 기술을 살린 분야에서 높은 실적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자사의 필름 제조기술을 살려 아스타리프트라는 화장품을 출시하여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6. Panasonic

파나소닉은 올림푸스와 함께 마이크로포서드 연합을 구성하여 라이카와의 제휴로 빠르게 미러리스 시장을 점유해 나갔으나, 소니의 공세로 인해 현재는 좀 물러나있는 모습입니다. 마이크로포서드의 작은 센서로 인한 문제도 있고 애초에 파나소닉은 방송용 영상장비가 주력 사업이라 컨슈머용 카메라는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듯싶습니다.

Panasonic Annual Report

망해버린 일본 백색가전 기업 중에서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회사 중 하나가 파나소닉입니다. 작년 매출이 84조 5000억원으로 소니와 거의 비슷한 정도입니다. 어플라이언스(백색가전)이 22%, 에코솔루션(차세대 에너지)이 21%, AVC네트워크(영상, 디스플레이 사업)이 14%, 자동차 및 산업 시스템이 34%를 차지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AVC 네트워크 사업부에 속하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지는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파나소닉도 침체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살아나고 있는 일본 전자회사 중 하나이며, 압도적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점유율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2020년 매출 10조를 목표로 했다가 영업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사실 파나소닉의 백색가전도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내긴 합니다. 파나소닉의 플래그십 LCD TV인 DX900은 2016년 세계 최고의 LCD TV로 선정되기도 하였고, 백색가전에 적용되는 기술들도 상당한 게 사실입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이지만요.

 

7. RICOH(Pentax)

펜탁스는 한때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존재 중 하나였으나, 디지털 시대로 들어오면서 펜탁스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펜탁스는 호야와 인수합병을 하였다가 카메라 사업부만 펜탁스의 이름을 가지고 리코에 인수되었습니다.

RICOH

리코도 사무실용 기기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펜탁스를 포함한 리코의 카메라 사업은 “기타”로 분류되어 연 매출 109억 엔이라는 그룹 내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코도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회사이기 때문에 펜탁스와 RICOH GR 같은 카메라들은 “브랜드”를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취미로 카메라 만드는 회사들

카메라 회사들은 공통된 사업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캐논, 후지필름, 리코가 전개하고 있는 사무기기 분야는 물론이고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에도 상당 부분 진출해있습니다. 실제로 캐논, 니콘, 리코, 올림푸스, 후지필름이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이런 사업에 진출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소니와 파나소닉은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른 사업에 진출하지 않아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워낙 많은데다가 “카메라”자체만으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다른 사업에 진출할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보다 카메라 시장을 점령한 일본이라곤 하지만 실제로 카메라 판매로 제대로 된 수익을 보는 기업은 소니, 캐논, 니콘에 불과했으며 다른 기업들은 적자를 보고 있거나 그룹 내에서 매우 작은 양의 수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취미로 카메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어느 기업도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계속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는 기업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