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화소 4개부터 교환? 이상한 무결점 모니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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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tereosound

모니터를 구매하시다 보면 ‘무결점’ 모니터라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무결점(無缺點) 말 그대로 액정에 결점이 없다는 뜻입니다. 모니터에 흔히 사용되는 LCD 패널의 특성상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나 제조상의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화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Full HD 패널이 600만 개의 화소[1920 X 1080 X 3(RGB)]로 이루어져 있는 걸 생각하면 불량화소 발생이 전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불량화소가 사용 중에 눈에 거슬리는 부분인 것은 사실입니다. 불량화소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검은 화면에 혼자서 하얀 빛을 내고 있는 불량도 있고 하얀 화면에 혼자서 검은색을 내고 있는 화소가 있으면 왠지 모르게 거슬리게 됩니다. 저도 지금 모니터 한가운데에 노후화로 인한 불량화소가 발생해 있는 상태인데 하얀색 화면이 잔뜩 나오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신경 쓰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모니터 제조사들은 ‘무결점 정책’ 을 도입했습니다. 좀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대신 모니터에 불량화소가 없음을 보증하는 제도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몇만 원만 더 주면 불량화소 걱정이 없는 완벽한 제품으로 보내준다는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는 특히 ‘무결점 정책’ 모니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무결점 정책’만을 보고 모니터를 구매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각 제조사가 보증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소 2개까지 보증해주는 업체도 있고 최대 6개, 혹은 불량화소의 종류에 따라 아예 불량 인증을 해주지 않는 제조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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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화소의 종류

불량화소는 ISO(국제 표준화 기구)에 따르면 총 3가지로 분류됩니다. 핫 픽셀과 데드픽셀 그리고 스턱 픽셀입니다.

  • 핫 픽셀 – 언제나 켜져 있어 흰색을 내는 픽셀 (브라이트 픽셀이라고도 함)
  • 데드픽셀 – 언제나 꺼져있어 검은색을 내는 픽셀 (다크닷, 다크 픽셀이라고도 함)
  • 스턱 픽셀 – 언제나 꺼져있거나 켜져 있는 하나 이상의 하부 화소(RGB 중 일부가 문제가 되어서 색 합성이 이상한 픽셀을 말합)

그리고 ISO-9241-302, 303, 305, 307:2008 pixel defects에 따르면 불량화소의 개수에 따라 패널 등급을 정하고 있습니다.

ISO-9241-302, 303, 305, 307:2008 pixel defects

등급핫 픽셀데드픽셀스턱 픽셀
Class 0000
Class 1112
Class 2225~10
Class 35550

위 불량 기준은 100만 화소당의 불량화소이며 제조사들이 이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없지만 대부분의 패널 제조업체는 이 표준에 의거하여 패널 등급을 매깁니다. 무결점 제품이라 하면 불량화소가 전혀 없는 ‘클래스 0’ 제품을 말하는 것 같지만 ‘클래스 0’ 등급의 패널은 프리미엄 모니터에 한하여 일부 전문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일반 브랜드 모니터에서는 보기 힘든 등급의 패널로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결점 정책과는 다른 서비스입니다. 한국의 ‘무결점 정책’은 각 제조사 별로 다른 정책을 가지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삼성 모니터

한국만의 ‘무결점’ 모니터

한국의 ‘무결점 정책’을 각 브랜드 별로 조사한 결과 ‘무결점 정책’에서 불량으로 인정하는 화소는 ‘핫 픽셀(브라이트 픽셀) 뿐이었습니다. 핫 픽셀의 경우 단 1개만 있어도 교환대 상이나 데드픽셀(다크 픽셀)은 2개에서 많게는 6개, 혹은 불량으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무결점 정책’이지만 데드픽셀은 결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브랜드별 '무결점 정책' 교환 기준

회사명핫 픽셀데드 픽셀스턱픽셀기타
LG전자13~4스턱 핫 픽셀 보증 안함
삼성전자1백만픽셀당 1개ON/OFF 여부에 따라 분류 합산 처리
델(DELL)16정보없음'무결점 제도'가 아닌 '프리미엄 보증제도'
알파스캔12정보없음[무결점(Zero Bright Dot)]이라 표기중
와사비망고14정보없음중앙부는 종류에 상관없이 교환
크로스오버1불량인정안함정보없음데드픽셀은 정상이라 명시중
야마카시15정보없음
벤큐(BenQ)123

각 브랜드별 ‘무결점 정책’ 모니터의 교환 기준을 보면 모두 핫 픽셀은 단 1개만 있어도 교환처리를 해줍니다. 하지만 데드픽셀은 회사별로 보증 내용이 다르며 ‘알파스캔’처럼 2개만 되어도 교체해주는 회사부터 ‘크로스오버’처럼 데드픽셀은 정상이며 아예 보증을 하지 않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와사비 망고’는 현실적으로 중앙부에 있는 불량을 무조건 교체해주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알파스캔은 단순 ‘무결점 제도’가 아닌 무결점(Zero Bright Dot) 제도로 핫 픽셀에 대해서만 보증한다는 내용을 모든 제품 설명에 포함하고 있으며 델(DELL)은 ‘무결점 제도’가 아닌 ‘고급 패널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완전 무결점 패널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에 비해 타 회사들은 ‘무결점 정책’에 대해 자세한 언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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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의 기준은?

불량화소가 없는 제품을 약간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절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패널에 문제가 없다는 프리미엄 보증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어 선정이 잘못되었습니다. ‘무결점(無缺點)은 사전 상의 의미로도 ‘결점이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무결점 정책’이 말하는 불량은 ‘핫 픽셀’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ISO(국제 표준 기구)는 핫 픽셀, 데드픽셀, 스턱 픽셀을 모두 결점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핫 픽셀만을 결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결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결점의 정의는 회사 마음대로라니, 회사가 무결점 기준이 10개라고 정해버리면 ‘결점이 없다’라는 게 10개부터가 되나 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말장난에 대해 AT&T에게 1억 달러(약 1천억)의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습니다.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말장난을 한 통신사들에게 동의의결을 선고한 적이 있습니다.

동의의결 :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 공정위에게 조사받는 기업이 스스로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

해외에서 ‘무결점 정책’은 최고급 브랜드 모니터만이 사용하는 정책으로 불량종류에 상관없이 어느 하나의 픽셀이라도 불량이 있으면 교환해주는 정책입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무결점 정책’은 해외에서는 ‘Zero Bright Dot’ 보증제도나 이와 비슷한 이름으로 보증합니다. 혹은 아예 보증서비스가 없는 제품이 많습니다.

한국은 통신사들이 내놓고 ‘무제한’ 이라는 단어로 사기를 치고 다녀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들을 보호해주지만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해외에서는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것이 매우 힘듭니다. 삼성도 한국에서는 ‘무결점’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해외에서는 ‘Zero Bright Pixel’ 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Zero-Bright
Asus가 시행중인 Zero Bright Dot Policy 정책

‘무결점 정책’ 대신 ‘Zero Bright Pixel’

이 정책의 가장큼 문제점은 데드픽셀을 보증하지 않는 다는 점이 아닙니다. 백만원 이하 모니터에서 ‘무결점 패널’을 바라는것은 큰 무리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용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무결점은 결점이 없다는 뜻이고 정말 ‘무결점’이라면 데드픽셀까지 보증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 자체적은 물론이고,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이 잘못된 단어를 사용해 홍보하는 것을 제제해야합니다. 근데 통신사들의 ‘무제한’이라는 단어사용에도 동의의결을 한 공정위가 이런 사소한것에 대해 제제를 가할리가 없을꺼라 생각됩니다.

마무리가 이렇지만 정말 정부에서 기업들의 과장광고에 대해 문제삼을일은 거의 없어보이고 소비자 연대의 소송에서도 기업상대로 이기기에는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미국이라면 당연한 소송감 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아니거든요. 결국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랄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